국회 넘어간 ‘임신 14주 낙태’···사유리발 출산권 논쟁도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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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25. 오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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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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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결정한지 1년7개월 만에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임신 14주 낙태 전면 허용’ 국무회의 통과
국무회의에서는 이날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하면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의 조건이 없어도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적·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회적‧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갖도록 했다. 상담과 숙려기간만 거치면 임신 24주까지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연합뉴스]
이제 국회의 시간
형법‧모자보건법은 올해 안으로 처리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정한 법 개정의 시한이 올해 12월 31일이다.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관련 형법 조항이 삭제돼 낙태를 처벌할 수 없으며, 낙태 허용 요건을 명시한 모자보건법도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하는 목소리와 정부의 개정안이 과도하게 낙태를 허용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은 임신 기간 관계없이 낙태를 허용하라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개인이 아닌 국가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통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과 관련해 ‘전면 폐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변협은 의견서에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및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여성의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여성변회, 법제위 등에서 토론회를 거치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낙태반대 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반면 종교계에서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이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무분별한 낙태 합법화는 생명 경시를 법제화한다”며 정부의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낙태 허용 범위 설정을 문제로 삼는다. 정부는 ‘14주 이내’에 제한 없는 낙태를 허용했으나, 의료계는 산모 안전을 위해 ‘10주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 10주 이후는 태아의 장기와 뼈가 상당히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임신 10주 이후의 낙태 시술은 추후 산모에게 난임, 유산, 조산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사유리가 불붙인 ‘출산권’ 논쟁
한편, 최근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자발적으로 비혼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출산권’ 논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내 몸에 대한 나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사유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를 인정하라’ 말하잖아요. 그걸 거꾸로 생각하면 ‘아기를 낳는 것을 인정해라’ 이렇게 하고 싶다. 낙태뿐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석희 여성변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와 ‘임신을 중단할 것을 선택하는 문제’는 여성의 평생을 관통하고 좌우한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존중돼야하고, 낙태는 전면 비범죄화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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