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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출, 제재·코로나로 급감…“외화난, 대량실업에 산업투자 불능”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조중친선다리(중조우의교)' 위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조중친선다리(중조우의교)' 위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20억 달러를 넘던 북한의 수출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화난과 대량 실업에 직면하고 산업 투자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장기화될 경우 북한의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 수출한 품목은 97개로, 10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수출액이 1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출로 볼 수 있는 품목은 46개에 불과하고, 전체 수출액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입니다.

북한이 이 기간 수출한 물품의 총액은 2천736만 달러로, 일반적인 나라의 중소기업에나 어울릴 법한 액수입니다.

물론 이는 비공식 무역과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통한 밀수출을 합산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적인 경제 지표로만 본다면 전체 주민 2천만 명이 넘게 사는 나라가 6개월간 벌어들인 외화가 2천만 달러대에 그친다는 건 그만큼 북한 경제의 불안정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외 수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에 있었습니다.

북한의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2016년만 해도 북한이 연간 수출한 금액이 25억 달러에 이렀고,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수출 실적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로 북한의 주력 수출상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 주요 광물을 비롯해, 섬유제품과 해산물 등의 해외 판매가 금지되면서 수출이 급감했고, 결국 현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들 주 수출품들의 빈자리를 비 제재품목으로 채우는 등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올해 상반기 북한이 중국 수출한 품목 중 상위권에 오른 건 손목시계(시계무브먼트)와 인체해부 전시모형, 인조 속눈썹 등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수출 목록에서 볼 수 없던 품목들이지만,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이들 품목들이 수출 품목 리스트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석탄 등의 수출액을 채우기엔 역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인체해부 전시모형’은 올해 상반기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물품 중 7번째로 많은 수출액인 124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의 경우, 7위에 오른 ‘남성의류(합성섬유)’의 대중 수출액이 1억7천8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같은 7위라고 해도 제재 이전과 이후 수출액 차이가 140배에 이르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급감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북한의 경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버는 돈이 적더라도 외화를 벌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외화가 매우 부족한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y tried to earn a little bit of money by doing similar processing…”

작은 물품을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적은 돈을 벌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과거 섬유를 들여와 완제품으로 되팔 때의 수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는 겁니다.

아울러 언론 등을 통해 북한이 제재 회피를 통해 외화수익을 얻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북한 경제에 전환점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특히 북한의 산업도 큰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What I think is that their general industry really is a pretty big…”

북한의 산업은 수입품을 대신해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사태로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산업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 등의 수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중공업 분야에도 투자가 없는 등 북한 산업의 앞날이 밝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의 산업은 ‘국가산업’과 ‘개인산업’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big state enterprises, like the steel mills, chemical plants…”

그러면서 철강과 화학, 비료, 섬유 공장 등 국가산업 분야의 어려움이 손목시계와 축구공 등을 생산하는 개인 공장들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국가산업 분야에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됐을 것이라며,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이들 산업이 사실상 얼어붙으면서 이들 노동자들의 상황에도 큰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예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가정을 전제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어느 시점엔 노동자들도 국가에 반발할 날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도 북한 내 실업자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북한 측 노동자 5만 명이 실업자가 된 사실을 상기키시면서, 현재는 북한 전역의 광업과 섬유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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