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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주주의 아태지역 '최악'"


북한 평양 시내가 새벽 안개에 덮여있다.
북한 평양 시내가 새벽 안개에 덮여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북한은 계속 최악의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있다고 국제기구가 밝혔습니다. 북한은 공정한 선거와 국민의 기본권, 부정부패 척결 등 민주주의 5개 분야에서 모두 최악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국제기구인 국제 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 International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가 최근 전 세계 민주주의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The Global State of Democracy 2019)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인 전 세계 158개국을 대상으로 법치와 공정선거, 인권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28개 요소를 5개 분야로 나눠 포괄적으로 조사해 작성됐습니다.

북한은 0부터 1까지 나눠, 민주주의가 좋을수록 점수가 높은 이 기구의 `세계 민주주의 지수’(The Global State of Democracy Indices)에서 5개 분야 모두 아태 국가 중 최하 평점을 받았습니다.

공정한 선거와 평등한 정치권력 등을 의미하는 ‘대의 (민주주의) 정부’에서는 0.12,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 등 민권 실태를 측정한 ‘기본적 권리’에서는 0.13점을 받았습니다.

또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을 측정한 ‘정부 견제’에서 0.07, 정부의 부정부패 정도를 측정한 ‘공정한 국정운영’에서 0.16점을 각각 받았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다양한 정치 참여도를 상중하 3단계로 나눈 ‘참여와 관여’에서는 가장 낮은 ‘하’(Low)를 받았습니다.

IDEA는 2018년 현재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없는 나라(non-democracies)로 북한 외에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투르크메니스탄 등 10개 나라를 꼽았는데, 북한은 이들 중에서도 5개 분야 모두 최악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보고서는 민주-혼합-비민주 등 3개 분야로 분류해 1975년 이후 지난해까지 40여 년 간 아태 지역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부분적 이상) 도입한 나라가 7개국에서 15개 나라로 늘고, 민주주의가 전무한 나라는 14개국에서 10개국으로 감소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보여주는 그래프는 1975년부터 대부분 0.2점 이하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평행선을 그었고, ‘공정한 국정운영’과 ‘시민사회 참여’는 더 악화돼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을 ‘성평등’과 ‘부정부패’ 개혁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나라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특히 ‘성평등’(Gender Equality)분야에서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등과 함께 세계 바닥권이라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북한 여성 실태에 관한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이 수감 시설 등 다양한 장소와 분야에서 남성에 비해 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성평등’이 아태 지역 내 민주주의 발전 실태와 반드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과 한국을 비교했습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의원들은 민주선거로 선출하지 않지만, 여성 비율이 16%, 중국은 25%로 2014년 기준으로 일본과 한국 국회의 여성 비율보다 많다는 겁니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과 타이완을 1975년 이후 아태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나라로 뽑았습니다.

아울러 아태 지역에서 민주주의 5개 분야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 1~5위로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 타이완, 일본을 꼽았습니다.

한국은 ‘대의 (민주주의) 정부’에서 0.77, 국민의 ‘기본권’에서 0.83, ‘정부 견제’에서 0.7, ‘공정한 국정운영’에서 0.71, 국민의 정치 ‘참여와 관여’에서 최상급인 ‘높음’(High)을 받았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국가별 순위를 매기거나 특정 국가를 지목해 민주주의 탄압 실태를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케빈 카사스-자모라 국제 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 사무총장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동영상에서 지구촌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카나스-자모라 사무총장] “Our report finds that the number of democracies keeps growing but the quality of democracy is deteriorating. Despite the ills, Democracy remains the best option to advance human dignity.”

카사스-자모라 총장은 그러나, 여러 병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여전히 인간의 존엄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건강한 민주국가의 필수요소인 언론자유 보호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습니다.

국제 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는 전 세계 민주주의 진흥을 위한 정부 간 국제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자 유엔 공식 참관기구로, 민주주의 제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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