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도 만난 북한 동포들의 이웃이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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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교수의 조국을 위해 울라] <6> ‘강도 만난 자’의 이웃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 수원흰돌산수양관에서 개최된 느헤미야 국가금식기도성회에서 2000여명의 참석자들이 북한구원을 위해 간절히 중보기도 하고 있다.

1996년 7월 29일 월요일이었다. 이화여대 다락방 건물 1층에서는 국가를 위한 월요기도모임이 진행 중이었다. 당시 북한은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로, 군인들마저도 굶어 죽고 있었다. 콜레라도 창궐해 황해도에서만 그해 7월 한 달간 죽은 사람이 10만명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깝다 못해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런 북한 소식을 나누며 함께 기도했던 20여명의 월요기도모임 기도자들은 북한의 처참한 현실을 남한의 모든 교회들에게 있는 힘을 다해 알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 같이 9월 30일까지 63일 동안 릴레이 금식을 하며 북한 동포들의 영육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마침 나는 직장에서 3일 휴가를 얻은 상태였다. 당시 부친께서 중풍으로 말씀을 못 하시고 반신불수가 되셔서 부친의 치유를 위해 3일 금식기도를 하기 위한 휴가였다. 조용한 기도 처소에서 기도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3일 금식기도 내내 나는 북한 동포들의 영육구원을 위한 기도만 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기도의 방향을 바꾸셨고, 이는 나도 이해가 안 되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한편으로 부친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금식기도를 하면서 남한교회에 보내는 글을 작성했다. 그리고 2주 동안 퇴근 후 매일 저녁 모여서 월요기도모임 회원들과 함께 전국 6만 교회에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는 참혹한 현실과 중국 내 탈북민들의 비참한 삶을 알리며 기도를 요청하는 인쇄물 발송 작업을 했다.

“북한 동포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을 저에게 부어주십시오”라고 기도한 지 며칠 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밤이나 낮이나 북한 동포들의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직장 근무시간 중에도 북한 동포들에 대한 마음이 일어나면, 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같이 아팠고 자다가도 갑자기 잠이 깨면 북한 동포들 생각에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주님께 오열하며 기도했다.

직원 식당에서 점심 식사기도를 할 때는 북한 동포들 때문에 눈물이 쏟아졌다. 북한 동포들이 굶어서 쓰러지고, 고통스러워 뒹구는 장면들이 사진처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옆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는 직원들에게 민망해 식판을 그대로 둔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정말 생활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음으로 울었다.

이때쯤에야 내가 드렸던 기도가 응답됐음을 깨달았다. 그러다 너무 고통스러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고 생각할 즈음 주님께서는 내게 주셨던 북한 동포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거둬가셨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에도 눈물이 안 나오고 자다가도 잠이 안 깨고 근무 중에도 북한 동포 생각으로 가슴이 저미어오는 일들이 멈췄다. 주님께서는 내가 주님의 마음을 감당할 수 없는 자인 것을 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북한 동포들 때문에 갈가리 찢긴 마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그 후 북한을 향한 기도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정기적으로 금식하며 기도할뿐더러, 북한을 위한 월요기도모임과 통일광장기도회를 국내외로 만들어 갔고 북한구원 금식성회를 여름과 겨울로 진행하고 있다.

2019년도 오픈도어즈 선교회 발표에 의하면 북한은 기독교 박해지수에서 전 세계 1위이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18년째 연속 기독교 탄압 세계 1위 국가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전 세계 민주화지수(Democracy Index)에서 조사대상 167개국 중 167위로 최하위, 경제자유화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도 180개국 중 180위로 최하위, 언론·표현의 자유(Freedom of the Press)에서도 199개국 중 최하위, 그리고 세계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에서는 167개국 중 1등 국가이다. 이처럼 21세기 세계 최악의 국가는 우리 동포들이 사는 북한이다.

북한 동포들을 생각할 때마다 견딜 수 없는 계속되는 아픔이 있다. 북한 동포들 대부분은 이 세상에서도 지옥같이 살다가 죽어서는 진짜 지옥에 가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74년이 지났지만, 북한 동포들은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3대 세습 독재하에서 노예같이 살며 억압과 고통을 받고 있다.

오픈도어 선교회는 지난 1월 “북한에서 성경이나 예수 영화 등 종교 물품을 소지하면 사형시킬 만큼 큰 죄로 여겨진다”고 발표했다. 예수 믿다 발각되면 고문당한 후 총살을 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일가족이 끌려가서 강제노동, 고문, 학살, 강간, 강제낙태, 영아살해, 생체실험 등 충격적인 인권유린을 당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에 대해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라고 물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서 옷이 벗겨지고 매 맞아 거의 죽은 상태로 버려진 한 사람에 대해 언급하셨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죽어가는 행인을 보고 피해 지나갔지만, 당시 이방민족과 혼혈이 됐기 때문에 개 취급을 받았던 사마리아 사람은 달랐다. 그는 죽어가는 행인을 불쌍히 여겨 상처를 싸매어 주고 주막에서 돌보아 주다가 주막 주인에게 돈을 주면서 행인을 부탁하고 떠났다. 예수님은 율법학자에게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6)고 물으셨다. 그리고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7)고 말씀하셨다.

나는 북한 동포들이 ‘강도 만난 자’라고 생각한다. ‘김일성 주체사상’이라는 강도를 만나서 복음 들을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초상화에 절하다가 죽어서 지옥에 간다. 예수님은 오늘 남한 성도들에게 “누가 강도 만난 북한 동포들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촉구하신다. 강도 만나 죽어가는 행인을 살린 사마리아 사람과 같이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주님은 명령하신다.

우리는 북한을 구제할 때 북한정권과 북한 동포들을 구별해야 한다. 주님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고 했지 ‘강도의 이웃’이 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오늘날 한국정부와 교회가 북한을 돕는다고 하면서 짓밟히고 억눌려서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의 이웃이 되지 않고, 북한 동포들을 잔혹하게 유린하는 북한 독재정권의 이웃이 된다면 우리는 통일 이후 북한 동포들의 원망과 훗날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강도의 이웃’이 되지 않고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도록 분별력을 갖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이제는 북한 동포들의 노예 생활이 종식되고, 북한 땅에서도 자유롭게 예수 믿고 예배드리며 전도할 수 있도록, 북한 동포들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금식하며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해야 할 때이다.

이용희 교수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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