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북한을 떠났다가 잡혀들어간 여성들이 겪는 인권 침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 설명,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탈북했다가 북한으로 다시 강제송환된 여성들이 조사 과정에서 구타는 물론, 항문과 질 검사를 남성 보안원에 의해 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5년간 100건 이상의 면담을 통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북한을 이탈했다가 강제송환된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강제노동 등의 인권침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북한에서 구금됐던 여성들에 대해 “이들 여성은 정의, 진실 그리고 배상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북한을 이탈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는?

보고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북한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여성이 국가가 지정하는 일자리에 고용돼 통제를 받는 경우가 남자에 비해 드물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국가가 지정해준 일자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더라도 해당 조직의 고용주에게 확인을 받아야 해 운신의 폭이 좁은 편이다. 반면 여성 다수는 국가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고용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오랜 기간 들키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포착된 북한 여성

사진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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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송환된 후에는 어떤 과정을 겪게 되나?

북한으로 송환되는 이들은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 초소를 통해 이송된다. 국경 인근의 구류장에서 보위원에 의해 인적 사항 등을 조사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제 송환된 여성들은 조사 과정에서 구타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강제송환자가 어떠한 이유로 북한을 이탈했는지, 그리고 해외에 얼마나 체류했는지에 따라 이후 받게 되는 처벌의 강도가 달라진다.

단순한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떠났고 해외에 오래 있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할 경우에는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아 사회안전성 산하의 구금시설로 이송된다. 6개월까지 단기 노동형을 치르거나 노동단련대나 교화소에서 더 오랜 기간의 형을 받을 수 있다.

구금 경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출산 사실이 신체검사에서 밝혀지면, 해외에서 오래 체류했다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더 큰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가려고 했거나 한국 국적자와 접촉하려 했을 경우에는 계속 국가보위성의 관리를 받게 된다. 정치적 중대성이 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정치범 수용소에 해당하는 ‘관리소’로 이송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최근에 관리소를 경험한 여성 이탈자를 면담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제송환된 여성들은 어떤 인권 침해에 시달리나?

평양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국가가 지정한 일자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평양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 대부분의 북한 여성은 국가가 지정한 일자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고서는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여성들이 수색과 조사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인권 침해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구타는 기본이고 항문과 질 검사를 남성 보안원에 의해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경험자들은 증언한다.

수감자들의 거주 시설은 비위생적이었는데, 이는 여성 수감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여성들의 위생청결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정도의 물을 제공받지 못했고, 목욕이나 세탁도 할 수 없었다. 비누와 화장지 같은 기본적인 세면 도구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생리대가 없어 옷을 찢어 사용해야 했다고 구금 경험자들은 증언한다.

국제 표준은 여성 구금자의 경우 반드시 여성 담당자가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송환 구금 경험자들은 교도관이 모두 남성이었다고 진술했다. 때문에 남성 교도관으로부터 사생활을 침해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성 구금자가 남성 보안원, 교도관의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잦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고발한 경우 고발한 구금자가 더 큰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한 여성을 강제로 낙태시키거나 이들이 출산한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유엔은 무엇을 권고했나?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생계를 이어 나가고자 자국을 이탈했으나 결국 처벌을 받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며 "착취나 인신매매 피해자인 사례가 많은데, 이들 여성은 돌봄대상이지 구금돼 또다시 인권 침해를 당할 대상이 아니다. 이들 여성은 정의, 진실 그리고 배상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 정부로 하여금 국제 규칙을 근거로 여성 구금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포함, 국내 구금 제도를 국제 규범과 표준에 맞춰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북한으로 송활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와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당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만큼 여타 회원국에 재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