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권고에도 '성소수자 현수막 안된다'는 숭실대..교내 성소수자모임 "차별과 배제가 기독교 정신이냐"

최민지 기자
숭실대 성소수자모임 ‘이방인’ 회원들이 28일 오전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당국의 성소수자 차별행위를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숭실대 성소수자모임 ‘이방인’ 회원들이 28일 오전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당국의 성소수자 차별행위를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숭실대학교가 학내 성소수자 모임의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 설치를 불허한 사건과 관련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수막 설치를 불허한 숭실대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시정권고를 했지만 대학 측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은 2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베어드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거듭된 성소수자 차별행위를 규탄한다. 학교는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숭실대는 이방인이 만든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건학 이념에 어긋난다”며 교내 설치를 불허했다. 현수막에는 ‘숭실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방인은 학교 결정이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지난 24일 송달된 결정문에서 “성소수자 모임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게시물 게재 불허를 중지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내 게시물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성소수자인 재학생 ㄱ씨는 “현수막 게시 불허는 단순히 시설물 이용을 제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교가 성소수자 학생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기독교 정신이 학교 내의 소수자 모임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방인 소속 권순부 활동가도 “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숭실대학교 성소수자모임 ‘이방인’ 회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캠퍼스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학교가 게시를 불허한 ‘숭실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최민지 기자

숭실대학교 성소수자모임 ‘이방인’ 회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캠퍼스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학교가 게시를 불허한 ‘숭실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최민지 기자

온라인 개학으로 캠퍼스가 한산한 가운데 이뤄진 이날 회견에는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관련 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행사 말미에는 회견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려던 교직원과 이를 막으려는 주최 측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숭실대는 2015년에도 이방인 인권영화제에서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유로 장소 대관을 불허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대학 총장에게 향후 시설 대관을 허용하라고 권고했지만 학교 측은 이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숭실대 외에 한동대 등 다른 기독교 대학들도 학내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막는 등 소수자 배제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대는 2017년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와 성매매 문제 등을 다룬 페미니즘 강연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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