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한국 국민이 동족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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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교수의 조국을 위해 울라] <9> 수잔 솔티 여사의 기도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가 지난해 4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제15회 북한자유주간 통일광장기도회’에서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앞줄 왼쪽)와 함께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깨뜨리는(heartbreaking) 것으로 내 마음을 깨뜨리시옵소서!”

1996년 수잔 솔티 여사는 이 기도를 드리고 중국 러시아 동남아 몽골에서 공포와 고통 가운데 쫓겨 다니는 탈북자를 구출하며 그들의 짓밟힌 인권을 전 세계에 알리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외친 인권은 국적, 피부 색깔, 종교, 정치적 이해를 넘어 모든 인류의 기본적인 가치이자 모든 사람이 함께 수호해야 할 존엄성이었다.

솔티 여사가 대표로 있는 디펜스포럼은 전 세계 60개 이상의 인권관련 NGO가 참여하는 단체다. 그녀는 2004년부터 북한자유주간을 제정하고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와 고문 강간 학살 강제낙태 영아살해 생체실험 등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상을 전 세계에 폭로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교회에 출석하는 그녀는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에 탈북민을 초청했으며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북한 인권 피켓 시위를 벌였다. 탈북민들은 ‘세이브 노스 코리아(Save North Korea)!’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북한 주민들이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진까지 목에 걸었다.

정의와 양심에서 우러나온 이 절규의 파급력은 컸다. 2004년 7월 21일 세계 최초로 미국 하원에서 북한인권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2개월 뒤 상원을 통과해 미국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북한인권법이 발효됐다. 2006년 일본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으며 이후 UN 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녀는 2009년 10월 연세대 북한특강 강사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는 북한 주민의 고통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는데 남한의 많은 젊은이가 북한을 바로 알지 못하고 무관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2010년 4월 제7회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한국에서 최초로 열렸다. 그녀는 대학 강당, 국회의원회관, 기자회견장, 서울역 광장, 임진각 자유의 다리, 기독교 연합기도회 등에서 간절히 호소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이제는 한국교회와 한국 국민이 북한 동족들을 위해 일어서야 한다.” 그의 외침은 우리의 양심을 부끄럽게 했다.

솔티 대표는 중국 내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은 공로로 2008년 서울평화상을 받았다. 방한 기간 중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한 가족인 북한 동포들의 인권 침해에 침묵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당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견한 나라 아닙니까. 무얼 두려워합니까. 북한에 지하교회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약 2:20) 북한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자이며 가장 박해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도울 때 예수님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마 25:40)”

지난해 4월 30일 제15회 북한자유주간 통일광장기도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솔티 여사는 “북한을 다스리는 주체사상은 기독교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만들며 자신을 신으로 만들었다”며 “주체사상을 깨뜨릴 유일한 방법은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난달 1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세미나에도 참석해 북한의 인권 참상을 설명하며 한국교회가 북한 구원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솔티 대표는 이렇게 외쳤다.

“북한은 세계인권선언에 명기된 인권을 단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전 세계에서 단 하나의 국가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나치의 잔혹 행위에 대응해 1948년 통과됐는데, 그해 북한이 설립됐습니다. 세계인권선언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가 없고, 김씨 일가의 노예로 살아갑니다.”

솔티 대표는 인권이 짓밟히는 북한 사회의 첫 번째 특징으로 성군제도를 꼽았다. 성군제도는 김씨 일가의 충성도에 따라 주민의 신분과 계급을 나누는 것이다. 크게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배급받는 식량, 학교, 직업, 주거공간까지 달라진다. 가장 높은 핵심계층은 엘리트들로 평양에 거주할 권리가 주어진다. 배급도 계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면서 주민을 통제한다. 엘리트 계층이 쌀을 받을 때 그 하부 계층은 옥수수를 받는다.

그녀가 꼽은 두 번째 특징은 정치범수용소다. 북한은 연좌제 때문에 한 명이라도 정권에 불만을 표시하면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가족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솔티 대표는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북송 되는 탈북자에 관한 관심도 촉구했다. 그녀는 “탈북자는 전 세계의 난민들과 달리 곧바로 남한에 정착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난민”이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북송당한 주민은 탈북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투옥돼 고문받고 사형까지 당한다”면서 “중국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탈북자를 북송하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동포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유와 인권,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녀의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용희 교수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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