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인신매매 표적… 북송되면 잔혹한 인권 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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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교수의 조국을 위해 울라] <13> 탈북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
탈북자 일가족이 2002년 5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뛰어들자 출입문을 지키던 중국 공안들이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역광장 통일광장기도회에서 한 탈북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간증했다.

“저의 고향은 북한 남포입니다.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이고 어머니는 의사였습니다. 저는 세 자매의 막내딸로 북한에서 33년간 살다가 2009년 탈북해 2014년 6월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런데 압록강을 넘어 나를 맞아준 것은 인신매매자들이었습니다. 매매자들에게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는 사람이 아닌 물건이었고 성 노리개였습니다. 반항도 거부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그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부끄럽고 안타까운 이야기는 나만이 아닌 우리 탈북민 여성들이 겪는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탈북과정에서 북한 국경경비대와 중국 공안에 들키지 않으려고 아이의 입을 막는 바람에 질식해 숨진, 그 아들을 위해 통곡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있습니다. 눈 뻔히 뜨고 사랑하는 아내가 한족에게 팔려가는 것을 보고도 지켜줄 수 없는 무능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 들어 본 적 있으십니까.”

최근 뉴스에서 탈북 여성 인권단체인 ‘통일맘’의 김정아 대표는 중국에서 많은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당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셋인데 아빠가 모두 달라요. 이제 22살짜리가… 이게 본인이 원한 삶이 아니잖아요.”

김 대표는 지난해 면담한 탈북 여성 33명 중에서 12명이 10대에 탈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그는 인신매매된 미성년자들이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목청을 높였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 보고서에서 많은 북한 여성이 강압적 매춘이나 강제결혼 등을 목적으로 중국 내에서 강제 또는 사기로 인신매매된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 ‘2019년 인신매매 보고서’도 인신매매범들이 북한 여성들을 중국 남성에게 팔아넘겨 강제결혼 시키고, 탈북 여성들은 매춘, 농사일, 가사노동 등을 강요당한다고 했다. 탈북민은 신분 증명서가 없고 중국 남성의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으므로 도망가기도 어렵다고 했다. 탈북민이 중국 공안에 적발될 경우 북한으로 강제송환돼 노동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과 고문, 강제 낙태, 영아살해, 사형 등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제PEN망명북한센터는 지난해 5월 제15회 북한자유주간 행사 중 ‘나도 여자이고 싶다- 현실 문학을 통해 바라본 탈북 여성들의 인권 이야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탈북민 여성 작가들이 나와 자신이 북한에서 겪은 여성 인권 유린의 참상을 증언했다.

“결국, 3개월 뒤 강제 북송당했습니다. 조사받으러 갈 때는 걸어 들어가지만 조사받고 나갈 때는 두 발을 질질 끌고 기어 나왔습니다. 5평 남짓한 조사실의 벽은 피로 물들어 피비린내가 진동했습니다. 온몸에 못이 박혀 피가 나고… 그 고통은 누구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제발 아픔을 잊게 해달라고 이겨내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23일간 모진 고문을 마치고 대기소로 이송됐습니다. 여기 사람들로부터 감찰과 과장이 여성들을 성추행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3일 후 저 역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중국 놈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하며 마취도 없이 낙태를 시켰습니다. 그러나 나는 말 한마디 할 자유도 없었습니다.”(탈북민 김정하 작가)

“중국에 들어갔다가 공안에 붙잡혀 2002년 5월 북송돼 처음으로 족쇄를 차고 온성 보위부에 가게 됐습니다. 검열할 때 나체로 했습니다. 그 후 안전부 돌격대에 넘겨져 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땅에 맨발로 나가 일을 해서 발이 다 찢겨 피가 줄줄 났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발로 차이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저는 여자가 아닌 김정은의 노예였습니다.”(탈북민 이경옥 작가)

‘북한자유주간’ 대회장인 수잔 솔티 여사는 “이 자리의 참석자들 모두가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다고 믿고 더욱 목소리를 내어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고 외쳤다.

남한의 여성인권단체는 여성 인권을 추구한다며 뱃속의 태아는 얼마든지 죽여도 된다고 말한다. 어찌 된 일인지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태아의 인권은 물론 북한 여성들이 탈북과정에서 겪는 인간 이하의 고통에 대해선 침묵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부도덕한 동성 간 성행위를 옹호·조장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북한의 참혹한 여성인권 실태 조사에는 무성의하다. 사실상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권리인데, 이처럼 진영논리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지금 이 시각에도 목숨 걸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고, 중국 공안에게 쫓겨 다니는 북한 주민들이 있다. 그들이 곧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탈북하신 ‘예수님’을 서둘러 남한 땅으로 모셔야 한다. 탈북민이 중국에서 발각돼 강제북송되면 북한에서 잔혹한 인권유린을 당할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강제북송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탈북하신 ‘예수님’을 이 땅에 모셔야 한다.

이용희 교수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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