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만원 받고 세금으로 120만원 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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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10. 오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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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교수
(가천대 경제학과)

‘소경 제 닭 잡아먹기’란 말이 있다. 소경이 횡재라고 좋아한 것이 알고 보니 제 것이었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망자의 유족들과 확진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물론이고 국가 경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경기 위축으로 인한 실업률 급증, 그리고 많은 서민이 생계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선거 공약을 보면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에는 국민 70%에게 혹은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이 돈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선거 공약한 정당에서 주는 돈은 물론 아니다. 결국, 우리가 앞으로 낼 세금으로 충당될 돈이다.

만약 온 국민이 100만 원씩 받았다고 가정할 때 훗날 모든 국민이 세금을 100만 원씩 더 내야 한다면 이것은 ‘소경 제 닭 잡아먹기’가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인당 100만 원씩 받았을 때 이로 말미암은 국가부채를 갚기 위하여 국민이 다시 세금을 120만 원씩 내야 한다면, 100만 원은 안 받은 것만 못한 것이다.

그러면 왜 100만 원을 받고 120만 원씩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인가. 국민 각자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홍보비, 행정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계산하면 20% 정도는 추가 비용이 들 수 있고 이러한 비용을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드는 간접비용(overhead cost)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유권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 각각이 받은 돈보다 우리는 모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복지 혜택은 대상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차등적으로 혜택을 줄 때 가장 효과적이며 전체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재난 극복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빚을 우리 자녀 세대에게 넘기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자녀 세대는 장차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이다. 국내 출산율의 변화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1960년 합계출산율이 6.16명에서 70년에는 4.53명으로, 2000년에는 1.48명, 급기야 작년 2019년에는 0.92명까지 떨어져서 OECD 국가에서 최하위이다.

한 종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이어야 한다. 외국의 한 학자는 우리 민족이 이 상태로 간다면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종족이라고 언급했다.

거기에다가 우리나라 국민의 고령화 추세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앞으로는 우리 자녀들 1명의 세금으로 2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고 애국적인 선거공약은 출산율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정책이다. 이런 우리 자녀들에게 더 많은 빚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0년 국가 예산은 512조가 넘는 사상 최대의 슈퍼예산이다. 어려울 때는 긴축예산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면, 올해 예산의 15%를 재난극복기금으로 작정하고 이에 맞춰 우리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하여 남은 85% 예산으로 올해를 살아간다면 우리의 고통을 다음 세대에게 넘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겠다는 심산으로 경쟁적이며 선심성인 대중영합주의 선거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유권자들은 이런 포퓰리즘 공약들을 냉철하게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결국, 우리 돈으로 모든 지출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선거공약가들에게 이렇게 외쳐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지 말고 너희들의 돈도 내놔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과 장·차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 앞장서서 자기 월급의 30%를 향후 2년 동안 코로나 재난극복기금으로 책정한다면 온 국민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따를 것이다.

지난 3월 한 지인이 회사로부터 통지를 받고 10일간 무급휴가를 썼고. 이번 달에는 15일간 무급휴가를 써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이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통이다.

공무원들은 소위 철밥통이라고 한다. 만약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월급의 2%를 코로나 재난 극복기금으로 헌납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사태 속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 같은 애국 운동이 촉발될 수 있을 것이다. 너도나도 직장인들이 월급의 2%를 재난 극복기금으로 헌납하는 운동이 번져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기꺼이 고통을 분담하며 한국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뭉쳐질 때,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한층 더 성숙한 선진 한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약력=서강대 경제학과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워싱턴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예일대학원 국제개발경제학 석사, UNDP(유엔개발계획) 내셔널컨설턴트, 국제교류협력기구 이사장 역임. 현 가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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